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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읽고잘쓰고잘말하기

북드라마_은둔의 즐거움

 

 

나에게 은둔.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이 부정적인 쪽이 강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은둔형 외톨이>이고 <고립>, <외로움>, <사회와의 단절> 등의 단어가 생각난다. 다시 생각해보니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누구라도 나처럼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은둔의 의미를 재정의하고 은둔과 고립과의 차이점도 명확하게 구분짓는다.

 

은둔은 나에게 투명 망토를 쓰는 것처럼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흥미롭고 재미있는 시간이다. 나에게 집중하며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하는 몰입의 시간을 만끽한다. 이렇게 스스로에게 몰입하는동안 잠시나마 세상으로부터 벗어나 나를 회복할 수 있는 힘을 충전한다. 

은둔은 사회에서 떨어져 혼자만의 시간으로 들어가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그 대신 나를 힘들게 하는 무질서에서 벗어나 마음의 질서를 회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은둔과 고립의 확실한 차이는 다음 날 느끼는 불안함에 있다
. 은둔을 하고 난 다음 회사에 출근할 때는 그래도 다시 해볼만하다는 긍정적인 의욕이 생긴다. 머리는 명료해지고 마음은 따뜻해지며 몸은 가벼워진다. 하지만 어제의 휴식이 나를 고립시킨 것이었다면 회사에 가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괴롭고 불안해진다..고립이 마음의 면역을 약화시켰기 때문이다. 

 

은둔은 사람들과 동떨어져 있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일상 생활 속에서 내 마음의 주인이 되는 나만의 리추얼(습관)을 만들고 부정적인 생각들을 내보낼 수 있는 마음 출구를 찾는 일이다. 책을 읽어가면서 나의 마음 출구(마음에 쌓인 감정의 찌꺼기를 마음 밖으로 내보내는 마음의 문)는 무엇일까 생각해보았다. 지금 나의 마음출구는 요리다. 정성스럽게 준비한 먹을 것을 아이들과 함께 먹을 때면 내가 나를 잘돌보고 내 소중한 사람들에게 의미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힘든 마음을 상쇄시키고 만족감과 기쁨을 가져다준다.

 

 

인간에게는 모두 '고독해질 권리가 있다. 자발적인 은둔은 좋은 고독이 되고,
좋은 고독은 내 삶의 면역을 키우는 가장 훌륭한 치료제가 된다.

시간과 공간을 내가 정할 수 있는 것이 자발적인 은둔이다. '고독의 그릇'을 채우기 위한 '고독 할부' 라는 단어가 생소하면서도 인상적이었다. 그 중 소개한 '낯선 곳가기'는 경험해본 적이 있어 외로움과 설렘이 만나면 신선한 시각이 생겨난다는 말이 무척이나 공감이 되었다. 작년에 아이들과 함께 한 제주일년살이는 나를 낯선 곳으로 보내는 경험이었다. 그곳에서 나에게 정말 중요한 것, 내가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은 무엇인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 선명해지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북액션>

오늘의 책을 읽고 자신만의 은둔 계획을 적어보세요.

 

내  삶의 첫번째 은둔의 공간은 어디였을까? 잘 생각해보니 내 어릴적 은둔의 공간은 아마도 교회였던거 같다. 좁은 집에 함께 살았기 때문에 내 공간이 없었는데 교회에 일찍가면 텅빈 공간에 나혼자 있는 느낌이 편안하고 좋았다. 내 자리인 피아노 앞에 앉아 찬송가를 연주하면 마음을 위로받고 어려운 일도 잘 지나갈거라는 긍정적인 마음이 생겼다.

 

지금은 작은 교회 공간도 피아노를 치는 내 모습도 없지만 지금은 나의 집, 나만의 공간이 생겼다. 내가 주인이 되니

이 공간을 깨끗하고 가지런하게 정돈하는 일이 지금의 나만의 은둔이 되었다. 

 

매일매일 할 일, 일주일 간격으로 할일, 한달 간격으로 할 일들을 머릿속으로 정하고 그 일을 그 때 그 때 해내면 한번에 몰아서 힘을 들이는 일이 줄어든다. 깨끗해진 공간에서 차를 마시고 책을 읽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편안하다.

이 책의 모든 부분들이 좋았지만 특히 2장 일상을 숨 쉬듯 가볍게 만드는 기술 챕터 정리와 관련된 내용이 많이 공감이 되었다. 

 

 샤워나 책상 정리, 그녀의 손빨래처럼 정리의 은둔은 우리의 일상 어디에서도 가능한 가장 쉬운 은둔법 중 하나이다. 그리고 일상의 사소한 것들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고 성과를 낼 수 있는 은둔력을 키워주는 좋은 방식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