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에 읽었던 작품을 수십년이 지나 독서모임에서 다시 읽게 되었다.
교회생활을 열심히 하던 중,고등학생 무렵 성경 말씀의 연장선 쯤으로 느껴졌던 기억이 있는데
마흔이 되어 읽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는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까 궁금해졌다.
제주에 온 이후로는 책을 사는 것을 더 고민하고 망설이고 다시 고민한다.
첫째는, 미니멀라이프를 지향하면서 한 권이라도 짐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우려이고
둘째는, 제주생활을 선택하면서 약간의 극기훈련을 자청한 까닭이다(최소한의 경비로 최대의 만족을 누리자)
마지막으로, SNS이벤트 등을 통해 책을 내돈내고 사지 않고 읽는 경험을 해서이다.
읽고 싶은 책이 생기면 가족이 함께 이용하는 리디북스 리디셀텍트를 검색해보고 도서관도 검색해본다
(코로나때문에 오자마자 도서관루틴 계획이 무산되어 속상하다. 빨리 제주 도서관도 가보고 싶다)
이런 연유로 이번 책은 중독모임 구성원의 북클럽을 이용해서 무료. 로 읽게 되었다. (감사해요 )
내 느낌이 다르지 않았다. 이 단편은 첫장부터 성경구절로 시작한다.
형제를 사랑하라, 도와주라, 하나님을 사랑한다면.. 이런 메시지.
주인공인 구두장이 시몬은 자기 소유의 집도 없고 가진 땅도 없다. 그는 농부의 오두막을 빌려 아내와 자식들과 살면서
구두 짓는 일로 생계를 꾸려 나간다. 품삯은 형편없는데 빵 값이 워낙 비싸서 시몬이 번 돈은 먹는데 다 들어가고
양털가죽 외투 하나를 아내와 번갈아가며 입으며 겨울을 견딘다. 새 외투를 만들 양털가죽을 사기로 마음먹은지
2년, 드디어 마음을 먹고 외상값을 받으러 마을에 갈 채비를 한다. 호주머니에 삼루블을 챙겨넣고..
외상값 받으러 갔다 낭패를 보고 상인에게 양털가죽을 외상으로 달라고 했지만 거절당한다.
낙담한 시몬은 일부 받은 이십 코페이카로 보드카를 사셔 마셔버린 뒤 가죽은 사지도 못한 채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술기운에 몸이 훈훈해진 시몬은 "양털가죽은 필요없어. 이렇게 살 거야. 아무 걱정도 안 하고. 난 그런 사람이라고!
그까짓 것 다 필요 없다고...돈이 없어 죽을 지경이라고? 그래, 그러시겠지. 하지만 난 뭐야? 집도 있고 소도 있고 없는 것 없이 다 있는 게 누군데? 난 몸뚱이 하나가 전부인걸! ..그러니 외상값을 갚아. 말도 안 되는 소리는 집어치우고!"
신세한탄과 푸념과 분노섞인 말투로 외상값을 갚으라 공중에 소리지르는 시몬
길모퉁이에 있는 성탕 근처에서 희끄무레한 것을 보게 된다.
가까이 가보니 진짜 사람이 알몸으로 성당에 몸을 기댄 채 꼼작도 안고 웅크리고 있었다.
시몬은 누군가 이 사람을 죽여서 버렸다 생각하고 겁이 덜컥 나서 그대로 발걸음을 옮긴다.
다시 돌아가야 하나. 고민하다 '갑자기 달려들어 목이라도 조르면 어떡헤, 결국 짐이 될거야.
생각하며 '제발 무사히 벗어나게 도와주세요.' 하나님께 기도한다.
그러다 불현듯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발걸음을 멈춘 시몬.
"사람이 죽을 위기에 처했는데 겁이 난다고 도망치다니. 네가 강도를 무서울만큼 부자야?
시몬은 발길을 돌려 그 남자에게로 갔다.
낯선 남자에게 다가가 살펴보니 건강한 젊은 남자였고 춥고 겁먹은 것처럼 보였다.
남자의 눈빛을 보자 시몬은 남자가 좋아졌고(왜지? )
외투를 벗어 남자에게 주었다. 외투 입는 것을 도와주고 마을에서 가져온 펠트 장화를 신겼다.
남자는 시몬을 다정하게 쳐다보았으나 말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함께 마을로 걸어가면서 시몬은 어디에서 왔는지, 누가 괴롭혔는지, 어디로 갈것인지 물었다.
남자는 이 마을 사람이 아니며 하나님이 벌을 주셨다, 아무 곳이라도 괜찮다 말했다.
시몬은 남자를 집으로 데리고 갔다.
'양털가죽을 사러 갔는데 외투도 벗어던지고 거기다 벌거벗은 사내까지 달고 온 걸 보면 마트료나가 난리를 칠텐데'
아내 생각이 나자 침울해졌다.
마트료나는 안으로 들어온 남자가 움직이지도 않고 고개를 들지도 않은 채 우두커니 서 있자 나쁜 사람이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시몬은 아내가 화가 났다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했다..
"먹을 걸 하나도 안 만들었소?"
"요리는 했죠. 하지만 당신들 먹을 건 없어요...당신 같은 술주정뱅이에게 줄 저녁은 없다고요."
시몬은 진정하고 내 말좀 들어보라고 했지만 아내는 화가 나서 쉴 틈 없이 떠들어댔고 십 년 전 일까지 끄집어 냈다.
마트료나는 홧김에 뛰쳐나갈 생각을 했지만 한편으로는 낯선 남자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다.
시몬은 남자를 어디서 어떻게 만났는지 설명했다.
"마트료나, 당신 마음속엔 하나님의 사랑이 있지 않소?" 이 말을 듣고 낯선 남자를 쳐다보자 갑자기
마트료나는 마음이 누그러졌다. 그래서 다시 화덕쪽으로 돌아와 저녁을 차렸다.
남자가 가여운 생각이 들면서 그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남자는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주고 동정심을 보여준 당신들에게 하나님이 은총을 내리실 거라 말했다.
마트료나는 시몬의 낡은 셔츠와 바지도 가져다주었다.
아침에 되자 시몬은 남자의 이름을 묻는다. 미하일.
시몬은 본인이 말하는대로 일을 하면 먹여주고 재워준다고 했고 미하일은 뭐든지 가르쳐 주면
일을 배우겠다고 말했다.
실을 집어 손가락에 감고 꼬기, 실에 초 칠하는 법, 돼지털을 꼬아 바느질 하는법 미하일은 금방 배웠다.
뭘 가르쳐주든 바로 터득했고 사흘 뒤에는 마치 평생 구두를 만들어온 사람처럼 일했다.
어느덧 한해가 지나갔고 미하일의 솜씨가 좋다는 소문이 퍼져나가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찾아와 시몬은 형편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어느 겨울날 , 썰매를 매단 마차 오두막 앞에 멈추었고 털외투를 입은 신사가 걸어왔다. 이 남자는 딴 세상에서 온 사람 같았다.
이 남자는 독일제 가죽을 가져와 소리를 버럭 지르며 일년이 지나도 모양이 그대로이고 실밥이 터지지 않는 장화를 만들라고 했다.
만약 일년동안 뜯어지지 안고 모양이 그대로면 품 삯으로 십 루블을 주고 그렇지 않으면 감옥에 처넣겠다고 말했다.
시몬은 미하일을 쳐다봤고 미하일을 고개를 끄덕였다.
미하엘은 신사의 가죽으로 실내화를 만들었다.
"이보게 지금 무슨 짓을 한 건가? 난 망했어! 신사가 목이 긴 장화를 주문했다는 걸 알잖아."
얼마뒤 신사를 모시고 있던 하인이 와서 주인님이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더 이상 장화가 필요없으니 죽은 사람에게 신기는 부드러운 실내화를 얼른 만들라고 해서 왔습니다.
함께산지 육년 째, 털외부를 입은 부인이 모직 숄을 두른 여자 아이들을 데리고 걸어왔다. 한 아이가 왼쪽 다리가 불편한 듯 절뚝거렸다.
미하일은 일손을 놓고 어린 여자아이들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이야기를 나누며 아이는 엄마 몸에 다리가 눌려서 절게 되었으며 부인은 엄마가 아니고 남의 자식을 입양한 것이라고 했다.
부인은 입을 열어 어찌된 사연인지 들려주었다.
이 아이들의 부모가 떠난지 벌써 육년이 지났으며 아이들은 아버지가 죽은 지 사흘 뒤에 태어났고 어머니는 그날을 못 넘기고 죽었다고 했다.
나무꾼이던 아이들 아버지는 숲에서 혼자 일하다 나무가 쓰러지면서 덮쳤고
엄마는 가난하고 의지할 곳도 없고 혼자서 아기들을 낳고 외롭게 숨을 거뒀다. 죽을 때 이 아이 위로 쓰러져 아이의 다리가 짓눌리게 된 것
그 때 아기가 있는 여자는 부인뿐이었고 농부들이 모여 아이들을 어떻게 할지 고심하다가 부인에게 부탁했다.
처음에는 건강한 아이에게만 젖을 먹였는데 "왜 이 죄 없는 가여운 생명이 고통을 겪어야 하지?" 가여운 마음이 들어 이 아이에게도
젖을 먹이기 시작했다. 하나님의 뜻을 이 아이들은 건강하게 자랐지만 부인이 낳은 아이는 두 살이 되기 전에 죽고 말았다.
"이 아이들은 삶의 낙이랍니다!"
셋이서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고 있을 때 갑자기 오두막 전체가 환해졌다. 사람들이 그쪽을 돌아보자 미하일은 무릎 위에 손을 포개고 앉아서 위쪽을 쳐다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부인이 여자아이들을 데리고 떠나자 미하일은 시몬과 마트료나에게 정중히 인사를 하며 말했다.
"안녕히 계세요, 주인아저씨 아주머니. 하나님께서 저를 용서하셨어요. 두 분께도 용서를 구합니다."
시몬은 미하일이 마트료나가 음식을 주었을 때, 부자 나리가 장화를 주문할 때, 부인이 어린아이들을 데려왔을 때
어째서 얼굴이 환하게 빛나고 미소를 지었는지 물었다.
미하엘은 하나님은 세 가지 진리를 배우라고 땅으로 보냈는데 그 세가지를 배웠기 때문에 미소를 지은것이라 답했다.
하나님이 한 여인의 영혼을 데려오라고 명하셨는데 병든 여인이 막 쌍둥이를 낳고 혼자 누워 있었어요.
여인은 울면서 사정했고 여인의 말을 못들은 체할 수 없어서 하나님을 말씀을 거역했죠.
하나님은 세 가지 진리
'사람의 마음속에는 무엇이 있는지,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은 무엇인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지' 를 깨닫게 되면 다시 하늘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라고 하셨죠.
인간의 마음속에는 사랑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사람은 자기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능력이 주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신에 대한 걱정이 아니라 사랑으로 산다는 것을 배웠다.
사랑이 있는 사람은 하나님 안에 있고 그의 안에 하나님이 있습니다. 하나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입니다.
누가 이 세상 재물을 가지고 형제의 궁핍함을 보고도 도와줄 마음을 닫으면 하나님의 사랑이 어찌 그 속에
거하겠느냐. 자녀들아, 우리가 말과 혀로만 사랑하지 말고 오직 행함과 진심함으로 하자(요한일서 3:17~18)
사랑은 하나님께 속한 것이니 사랑하는 자마다 하나님께로 나서 하나님을 알고 사랑하지 아니하는 자는
하나님을 알지 못하니 이는 하나님은 사랑이니라(요한일서 4:7~8)
나는 때때로 잊고 지내지만 늘 내 안에서 존재하시는 그 분의 사랑을 발견하는 시간이 되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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