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제주일상

제주에서 첫 교통정리_세상은 누군가의 도움으로 돌아간다

장마비가 시작된 아침
6월 24일, 제주와서 처음으로 교통정리하는 날이다.

 

큰 아이 2번 

작은 아이 2번 중 첫째날이니 이제 3번이 남았다.

 

혹시나 늦을까 아침부터 부산스럽게 아침밥 차리고

엄마들 만나면 수고했다 주려고 도라지스틱도 챙기고

아직은 혼자 안가려하는

작은 아이에게 이따 형이랑 같이 엄마한테 오면 된다 몇번 씩 신신당부하고

금방이라도 비가 올지 몰라 우산도 챙기고 잰 걸음으로 학교로 향했다.

 

중앙현관으로 들어가니 물품을 보관하는 캐비닛이 있고

그 안에 조끼며 깃발이며 활동일지까지 있었다. 

일찍 도착했기 때문에 조금 기다렸다 같이 이동하다 생각에 멀뚱멀뚱 두리번두리번 거리다보니

누군가 먼저 인사를 건네온다.

 

"안녕하세요."

"네~안녕하세요. 혹시 교통정리..홍 *찬 ??

"아 저 선생님인데.. ^^;;"

아뿔사, 그러고보니 치마복장인데 얼굴만 보고 대뜸 교통정리 하러왔냐

물으니 얼마나 황당했을까..(대략난감)

거기다 당황스러워서 "아침이라 못 알아보겠어요" 이런 이상한 멘트를 날렸다는 🤣😂

 

마스크를 쓴 이후로는 사람을 알아보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ㅠㅠ

 

아무튼, 시간이 다 되어가서 먼저 정해진 곳에 가서 자리를 잡는다.

양쪽에 사람이 다 있어야 되는데 혼자뿐이라 어디에 서야될지 고민이 됐다.

신호등이 없으니 언제 깃발을 앞으로 뻗어야 될지도 난감했다.

 

대각선 방향에 계신 어르신이 봉을 들고 계셨는데 어르신이 지나가라는 표시를 할 때를

나도 일단정지!! 깃발을 앞으로 뻗었다.

아이들은 2개의 횡단보도 중 할아버지기 서 계신 곳으로만 건너갔다.

 

이 곳에서는 할아버지의 손이 안전밸트였다. 

 

결국 함께하기로 되어 있는
2명의 엄마들이 안오셔서 혼자였지만 ㅠㅠ
맞은편과 뒤쪽에 시니어클럽 어르신들이 딱 버티고 계셔서 든든했다.


고작 30분 남짓한 시간이 지나자 비가 제법 많이 오기 시작한다.

골목에 계시던 어르신이 고함을 치시며 빨리 가라는 수신호를 보내신다.

비가오니 이제 그만하고 가라고 하신다.


아껴둔 도라지스틱을 4분의 어르신들께 나눔하면서 애쓰신다 인사를 드리니

머쓱해하시면서도 기쁘게 받으신다.

마음이 따뜻해지는거 같아 혼자 뿌듯해지면서 
갑자기 복지관 어르신들 얼굴이 주마등처럼 쓱~ 지나갔다.

 

학교 앞 보초를 지키던 김*환 아버님도 생각나고

딸처럼 예뻐해주던 이*자 어머니도 생각나고 



#제주일상 #녹색어머니 #첫날 #비오는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