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잘읽고잘쓰고잘말하기

모르는 영역&전갱이의 맛

코로나19로
온라인으로 진행된 중독.독서모임
제주에 와서 참석 못할거라 생각했는데
나에게는 오히려 잘 된 일이 되었다. 😅

여러작품 중 권여선 작가의 단편을
2주에 걸쳐 2편 읽고 나눴다. 

모르는 영역,
전갱이의 맛 둘다 여운이 많이 남았다.
작가의 인터뷰의 한 구절처럼

📍읽고 나서 ‘이게 뭐지’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재밌다. 물론 굉장히 어렵지만. 다 읽고 나서 ‘이거 뭐야’ 하면 실패한 것이다. ‘아 뭔지 알겠다!’ 이것도 실패한 것이다. ‘이게 뭐지’에서 머물러야 한다. 양쪽으로 갈 수 있게.

한시간 반 이상 나눈 이후에도 다시 떠오르는 생각과 느낌들이 오고 갔다.

🔖더는 세지지 말자 그런 생각. 조금 연해도 된다고, 묽어도 된다고, 빛나지 않아도, 선연하지 않아도, 쨍하지 않아도, 지워질 듯 아슬해도 괜찮다고, 겨우 간신해도…… 

🔖어제부터 오늘까지 그는 누군가의 인생을 일별하듯 아침 오후 저녁의 낮달을 모두 보았다. 왜 아침달 낮달 저녁달이 아니고 모두 낮달인가 생각하다, 해 뜨고 뜬 달은 죄다 낮달인 게지, 생각했다. 해는 늘 낮달만 만나고, 그러니 해 입장에서 밤에 뜨는 달은 영영 모르는 거지

📑 “그러니까 사람은, 사람이란 존재는……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혀로 맛보고, 그렇게 감각하는 자체만으로는 도저히 만족하지 못하는 존재더라고. 내가 지금 이걸 느낀다, 하는 걸 나에게 알려주지 못하면 못 견디는 거지. 어떤 식으로든 내 느낌과 생각을 내게 전달해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니까 감각이나 사고 자체도 그 자리에서 질식해버리고 마는 것 같았어.”

📑“다른 사람과 대화하기 위한 것 같지만, 근본적으로 나와 대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러니까 그동안 난 쉴 새 없이 누군가에게 말을 해왔는데, 그 말을 사실 나도 듣고 있었던 거지. 그런 의미에서 말은 순수히 타인만 향한 게 아니라 나를 향한 것이기도 했던 거야. 

📑 어떤 말들은 뜻을 알 수 없는 채로 생겨난다고 그가 말했는데 정확히 그렇다. 어떤 감정이나 감각들은 나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몸으로 표현되고 기억에 각인된다.


💁‍♀️타인에 대한 이해, 관계와 소통과 관련된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독서는 하고싶은데 긴글이 부담스러워서 시작을 못하고 있다면, 
짧은 글에서 긴 호흡을 갖고 싶다면 읽어보시길 추천해요. 
(리디북스 리디셀렉트, yes24북클럽, 밀리의서재에서 한달간 무료로 볼 수 있어요 😁 )

📍나만의 말!  타인이 아닌 나 자신에게 먼저 도달하는 말들이 주는 기쁨을 알게 된 것. 
나에겐 지금 제주에서의 삶이 '묵언의 시간'이자 '나만의 말' 을 찾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