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잘읽고잘쓰고잘말하기

북드라마_당신이 꽃같이 돌아오면 좋겠다

나는 한 사람의 이야기가 꾸밈없이 차근하게 전해질 때 가치 있는 이야기로 남을 것을 믿는다. 나의 삶도 그렇고, 당신의 이야기도 그럴 것이다. 의미 없는 삶은 없다.

 

고재욱 요양보호사의 글이 너무나 따뜻했다. 어르신 한사람 한사람의 삶의 이야기들이 과장하거나 낮추지 않고 진솔하고 때론 유머있게 담겨 있었다. 치매에 대한 오해, 요양보호사에 대한 사람들의 부정적인 시선과 편견, 낮은처우와 종사자들의 어려움, 턱없이 부족하고 열악한 우리나라의 장기요양 정책들도 솔직하고 담담하게 사람들에게 알려준다. 현실을 비판하고 좌절하는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이야기한다. 사회복지사로 10년도 넘게 근무했는데 기록하지 않은 이야기는 기억속에서 사라졌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지난 시간이 아쉽기도 하고 그립기도 하고 작가님의 글이 부럽기도 하고 여러가지 감정이 교차했다. 

 

치매노인들은 말 없는 강요를 받는다. 소외될 것을, 조금 멀리 떨어져줄 것을, 더는 병원 치료를 받지 말아줄 것을, 외로워질 것을, 더욱더 고독해질 것을, 그리고 조용히 죽어줄것을.. 상대방의 의견은 묻지 않고 으레 그러려니 판단하는 독단적인 이해가 이들에게만은 유독 당연시된다.

 

책 읽는 내내 내 머릿속에 머무르는 한 사람이 있었다. 외할머니가 하늘나라로 가신지 벌써 3년이 흘렀다. 다인실에는 1명의 요양보호사가 있었지만 할머니를 뵈러 갈때마다 늘 힘에 부쳐보였다. 휴가도 한달이나 못갔다는 푸념을 엄마에게 하기도 했다.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요양보호사에게 간식과 음식을 챙겨주며 할머니를 잘 봐달라는 것뿐이었다.  

살아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너무나 귀한 일인데 그것이 다른 사람을 힘들게 한다는 것을 본인이 느끼고 있다면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책에서 8년 동안 요양원에 있는 엄마에게  왜 이렇게 오래사냐고 했던 아들의 모습을 보며 할머니에게 엄마랑 이모들도 그렇게 말했겠구나 싶어 공감이 됐다.  살아계실 때 더 자주가서 말벗이라도 해드리고 손이라도 더 많이 잡아드릴걸 후회가 밀려왔다. 

 

요양원에도 일상이 있다. 바깥세상과 다르지 않다. 조금 느리고 조금 단순할 뿐이다. 거창한 희망과 열정으로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이든, 자세히 보아야만 보일 정도로 작은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이든, 결국 모두 오늘을 살아간다. 건강하면 건강한 대로, 아프면 아픈대로 같은 하루를 살아간다.

 

내 주변에도 병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몸이 아픈 사람도 있지만 마음이 아픈 사람도 있다. 오늘을 힘들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이 책을 선물해주고 싶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맛있는 것 먹고, 멋진 구경도 다녀보고, 하고 싶은 것 죄다 하면서, 그렇게 한번 살아볼 걸 그랬어. 앞만 보지 말고, 옆에도 보고 뒤에도 보고, 그렇게 살걸 그랬어." 한 어르신이 한 말이 머리 속에 남는다. 잘 살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