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묶여버린 발과 나의 일상,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에 1년만에 이 책을 다시 펼쳐든다.
두 작가의 글은 평소에도 많이 좋아했지만 솔직하고 대담하고 유쾌한 두 사람의 교환일기를 형식으로 답답하고 습한 여름을 이겨낼 힘을 주는 거 같았다.
경선> 깊은 우정은, 공통의 적이 있든 없든, 일에서 잘나가든 못 나가든. 실연한 상태든 목하 열애중이든, 돈이 있든 없든, 그런 것들과는 관계없이, 그 어떤 의무감 없이도 그저 보고 싶고, 그냥 '아무거나'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관계라고 생각해. 별 내용도 없는 문자나 이메일이 와도 그저 즐겁고 신나고, 만나면 서로에게서 힘을 얻고, 못 만나더라도 불안해하거나 의심하지 않는 그런 관계는 얼마나 소중한지.
... 너는 멋있는 사람이야.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멋있는 사람으로 남게 될 거야. 그게 신수진이야.
요조>교환일기를 쓰기 전과 후에 제가 가장 달라진 점은 '행복'에 대한 자세인 것 같아요. 이제는 행복이라는 걸 끼니라고 생각하려고 해요. 아무리 꽉꽉 배부르게 먹어도 몇 시간이 지나면 또 어김없이 찾아오는 허기처럼 최대한 맛있는 거 먹고 배부름을 잠깐 만끽하고 다시 배가 고프면 도 맛있는 걸 찾아 헤매는 식으로 행복을 다루고 싶어요.. 서로의 여행길이 무사하고 안전한지 수시로 곁에서 지켜보면서 우리 각자의 여행 잘해보기로 해요.
서로의 존재를 그대로 인정해주고 적절한 거리는 유지하면 각자의 여행을 하되 거리낌없이 편하게 이야기나눌 수 있는 친한 관계, 나에게도 그런 친구가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고 싶은 친구 하나에게 ..
더운 여름 잘 지내고 있지? 온라인에서만 소식을 전한게 꽤 오랜시간이 흘렀네. 한참동안 연락하지 않아도, 시간이 많이 흘러도 우린 계속 친구일거라는 믿음이 있어서 그런걸까.. 취업해서 정신없이 일하고 아이 키우고 지내느라 그동안 서로 너무 바쁘게 살아왔던 거 같아.
작년 여름 네가 제주 2주 머무른다고 할 때 정말 보고싶었는데 일정이 맞지 않아 너무 아쉬웠어. 너와의 추억은 많지만 최근 함께한 기억이 쌓여있지 않으니 예전의 추억들도 덮여져 버리는 거 아닐까 괜한 걱정을 하게 되더라구.
제주에 사는 동안 내가 제일 열정적이고 즐거웠던 시절이 언제였을까 생각하게 되었는데 우리가 주일마다 만나 함께 예배준비하고 반주하고 아이들을 만나고 절기마다 같이 행사 기획하고 준비하던 장면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더라구. 그 때가 없었다면 지금의 내가 있을까 생각하면 사람들한테 좀 더 잘할 걸 후회가 돼.
너의 두번째 스무살은 어땠는지 궁금해지네. 내가 읽은 책중에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책>에서 '사십대'에 대한 임경선 작가의 글이 공감이 되어서 너에게 소개하고 싶어.
"우리들의 인생에서 기력, 체력, 능력, 이 세가지가 가장 적절한 균형을 이루는 지점이 40대가 아닐까 싶어. 감히 40대가 인생의 피크라고 말해본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몇 가지 지점들이 '정돈'되어야 한다는 걸 알았어. 우선 40대가 되면 대개 자신의 가능성과 한계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가능해져. 또한 이 때는 여태까지 아무리 노력해도 치유하지 못한 내 안의 상처를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시점이기도 해. 즉 오랜 상처를 그냥 나의 일부로서 가지고 살자고 결기있게, 밝게 체험할 줄 알아야 해. 놓아줄 건 놓아주고, 보내줄 건 보내주고, 훌훌 털 거 다 털어버려야 하는 시기야.. 하나 확실한 것은 어쩐지 나이가 많아 보이는 마흔 살이 되었다고 당장 '불혹'이 되진 않아. 마치 치열한 젊음을 은퇴한 것처럼 초연해지거나 고민이 다 해결되거나 그러지 않아. 그리고 몇 살이 되어도 고민하는 것은 좋은 거야. 고민한다는 것은 생각한다는 뜻이니까. 고민을 하니까 우리는 스스로를 찾고,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는 거야.
오랫동안 지켜봐오고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잊고 살 때가 많은데 오늘 이 책을 읽으며 너한테 편지를 쓰며 마음한켠에 숨어져있던 소중한 마음을 다시 찾은 기분이야. 코로나가 조금 잠잠해지면 널 만나러갈게. 그 때까지 마흔의 긴 터널을 의미있게 슬기롭게 잘 보내길 응원할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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