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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라이프

제주집이 나에게 주는 의미

 

제주에 오기 전 나는 13년차 직장인이자 두 아들을 키우는 엄마였다. 

우리집은 25층 중 20층인 25년이 넘은 고층 아파트였고

2011년부터 9년째 시부모님 집에 아이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

 

오랜시간 부모님은 각자 공간을 사용하셨기 때문에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우리는 한방에서 생활했고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기까지 옷이며 책, 물건들이 쌓이기 시작했다. 

 

나의 공간은 커녕 주방도 거실도 어느 공간이든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공간은 없었다.

장을 보고 식재료를 정리하고 음식을 만들고 관리할 권한이 나에게 없었고

정리되지 않고 쌓여진 물건들을 볼때 답답함을 느껴 주말이면 다 끄집어내서 치워도 보고 했지만

얼마지나지 않아 또 물건이 쌓이고 지저분해지기 일쑤였다. 

내가 하는 청소는 보이는 물건들을 정리하고 청소기를 돌리고 걸레질을 하는 정도였다.

그 이상의 공간을 바꿀만한 여력이 없었다.

 

지금 이대로는 안되겠어.

난 제주. 라는 지역보다는 새로운 공간.을 원했는지 모른다.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주체성을 발휘할 수 없는 공간에 십년 가까이 산다는게

나를 점점 답답하게 하고 의욕을 떨어뜨리게 했던 것 같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제주에 온 이후 나는 상당히 편안해졌다.

이사를 거창하게 하는 것도 싫고 가구 배치를 고민하고 꾸미는데는 관심이 없고 잘 모르기도 하여

풀옵션집을 선택했고 지금은 아주 잘 했다고 생각한다. 

 

공간을 내 스스로 관리하고 있다는 느낌이 나를 자유롭게 한다. 

모든 물건들이 제 위치가 정해지고 하루를 마무리할 때면 흐트러졌던 물건들을 제자리로 돌려놓는다.

아이들도 예외가 아니어서 

우리집 제 1원칙은 제자리에. 이다

 

냉장고를 열어보지 않아도 어떤 식재료가 있는지 머리속에 들어있고 

무엇을 해먹으면 좋을지 그날그날 생각해서 장을 본다.

청소는 그때그때, 빨래는 일주일에 2-3번 정도 한다. 

 

신발은 단 한개, 옷은 때에 맞는 티 몇개, 바지 2벌, 겉옷 2벌, 양말 및 속옷 등

단촐해서 고를 것도 없다.

뭐 입을지 크게 고민할 필요도 없고 시간을 버는 느낌이다.

그 시간을 내가 좋아하는 책읽기, 유투브 영상보기, 일상기록하기 등에 사용한다.

 

이런 단순한 생활방식이 오히려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허락해주었다.

의미있는 것과 가치있는 것이 무엇인지 계속 생각하게 해주었다. 

불필요한 것들을 제하고 나에게 꼭 필요한 것들로 채워가는 방식, 이것이 미니멀라이프 아닐까.

 

제주집은 나에게,

미니멀라이프를 선물해주었다.

 

누군가 삶이 복잡해서 아무리 노력해도 꼬인 실타래를  풀기 힘들다 느껴진다면

과감하게 공간을 바꿔보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화려하고 멋진 공간이 아니더라도 내가 스스로 내 삶을 컨트롤 할 수 있다고 느끼는데서 오는 

자유함을 느껴보시라 권한다.

어떤 삶이든 정답이 있겠는가.

하지만 분명한것은 내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