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유쾌, 상쾌,통괘 신예희 작가님의 물욕에 관한 에세이다.
'돈지랄'이라고 쓰고 '자신을 소중히 돌보는 일' 이라고 읽는다.
황선우 작가의 프리뷰가 인상적이었다.
어울리지 않게 된 물건은 수시로 비워내며 스스로를 환기하는 행위를 업데이트 라는 개념으로 정의한다. 매달 가계부를 써가며 저축하는 성실함, 현금을 사용하며 소비 규모를 통제하는 주체성이 몸에 배여 있다. 노력해서 돈을 벌고, 그 돈을 잘 관리해 마음이 꼭 드는 물건을 구입하며, 그것을 매일 사용하는 즐거움을 한껏 누린다. 스스로를 아끼고 잘 대접해 다시 잘 일할 수 있는 상태로 유지한다.
신예희에게 소비란, 건강하고 단단한 상활의 선순환을 이루는 고리다.
어떻게 해야 소중한 자신을 만족시킬 수 있는지 잘 아는 사람이, 행복의 도구를 능숙하게 사용하는 방식이다
돈지랄, 하고 가만히 불러보면 가슴이 뛴다(아이고 아련해라). 뭘 지를까, 생각만으로 이미 설렌다. 세상엔 수많은 지랄이
있고 그중 최고는 단연 돈지랄이다.. 돈지랄이 얼마나 재밌는데요, 얼마나 달콤한데요, 얼마나 신나는데요, 나는 그렇게, 돈지랄이란 단어의 누명을 벗겨주고 싶었다.
돈지랄은 '가난한 내 기분을 돌보는 일'이 될 때가 있다. 내 몸뚱이의 쾌적함과 내 마음의 충족감, 이 두 가지는 세상에서 제일 중요하고 소중하지만, 내가 나와 충분히 대화를 나누지 않으면 영영 모를 수도 있다.
이제 알겠다. 내 기분 좋으려고 사는 물건은 내 마음에 들어야 한다. 오만가지 제품을 쫙 깔아놓고서 그중
가장 가성비 좋은 걸 고르는게 아니라, 첫눈에 확 꽂히는 걸 집어야 한다.
(나스의 립펜슬 선물 받은 것 경축!!)
그놈의 집밥! 집밥을 만들어야 부지런한 것이고, 집밥을 먹어야 건강하다는 것은 판타지다. 나는 김치가 건강식이라서 먹는게 아니다.
유산균이 몇 억 마리네, 발표식품의 신비가 어쩌네 하는 이야기도 별 관심 없다. 김치를 먹을 때마다 내 몸에서서 슈퍼파워가 불끈불끈
솟아나올 리 없다. 그냥, 맛있어서 먹는다.
우선순위는 영원하지 않다. 오늘의 나에겐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어디에 투자해야 하는지, 무엇을 할 때 가장 가슴 떨리고 행복한지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할 필요가 있다.
그래 맞아, 집에 어지간한 생활용품은 다 있지. 옷장에 옷이 없는 건 아니지. 사지 말자. 돈 굳고 좋네.
그치만 역시 조금 슬프다. 가끔은 필요와 쓸모 따위는 제쳐두고, 그저 내 눈에 아름답고 흐뭇하다는 이유만으로
쇼핑하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그런 물건을 남에게도 선물하고 싶은 거고요.
내 진짜, 다른 건 몰라도 가계부만큼은 꼭 권한다. 가계부를 써봐야 내 하루가, 일주일이, 한 달이, 1년, 10년. 15년의 흐름이 눈에 보인다. 그걸 확인해야 남은 인생을 지져 먹을지 볶아 먹을지 튀겨 먹을지 어느 정도 감 잡을 수 있다.
더 안락하고 더 안전한 자동차를 원한다. 그건 좋은 소비, 합리적인 소비다. 아니지, 비합리적이면 또 어때. 차 뒷자리만 비어 있나, 혼자 사는 내 집에도 쓰지 않는 방이 두 개나 있다. 휑하다면 휑하지만 덕분에 널찍하고 쾌적하다.
나는 더 좋은 것을 누리고 싶다. 하나하나 누릴 것이다.
좋은 물건을 만나려면 그저 열심히 눈 크게 뜨고 귀 활짝 열고 부지런히 찾아다니는 게 최고다.
세상 오만 것에 두루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고 참견도 하고 비교도 하면서, 내 시간과 에너지를 팍팍 써야 좋은 것을
고를 확률이 높아진다. 너무 당연한 소리다.
이젠 한 번만 써도 천지개벽이 일어날 효과를 보장한다는 제품엔 혹하지 않는다. 수제 어쩌고, 천연 어쩌고 하는 것도 일단 경계한다.
나는 사랑과 정성을 가득 담았다는 아마추어의 손길보단, 제대로 된 시설을 갖춘 공장에서 프로페셔널하고 위생적으로 생산하는 영혼 없는 물건이 좋다.
청소가 잘되어 있는 공간을 좋아한다. 그러나 직접 하는 건 귀찮다. 그냥 귀찮은 게 아니라 진심으로 너무!!
그래서 내 목표는 언제나 부지런히 쓸고 닦고 가꾸는 게 아니라, 일단 한 번 제대로 싹 치운 다음에 그 상태를 최대한 길게 쭉 가져가는 것이다. 어지간하면 집을 건드리지 않고, 청소한 그대로 오랫동안 유지하려고 한다.
..단 하나의, 궁극의 청소도구가 있으면 좋겠다. (핵공감!!!!!!)
보고 싶다 궁극아...
너만 있으면 내가 진짜 청소를 열심히 할 텐데...
듣고 있니 궁극아....!
(작가님~ 뒤로 넘어갑니다 ㅋㅋㅋㅋㅋㅋㅋ)
*이 책을 읽고 샤오미 무선 욕실 청소기를 검색하고 있는 나를 본다. 주방은 그나마 과탄산수소와 구연산으로
통제가 되는데 욕실은 자주 닦는데도 물기가 계속 있으니 물때가 계속 생기고 사내 2명이 사용하니 변기도 골칫거리가 되기 일쑤
블랙홀 같은 공간이다. 나에게도 궁극이가 필요해!!!!!!
*돈지랄을 세상에 처음 드러낸 작가님의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궁극의 솔직함이 좋다.
감히 말하자면,
작가 신예희는 돈지랄을 부자들만의 리그에서 소시민의 영역으로 확장시킨 유일한 작가가 아닐까
그것도 아주 밝은, 긍정적인 색으로 말이다 ㅋㅋ
*나에게 지금의 우선순위는 심플한 것과 지속가능한 그리고 환경을 해치지 않는 것이다.
나의 물좋권은 동구밭 설거지비누, 비누와 샴푸바, 디졸브 시트세제(정말편해), 소프넛, 벨라쿠진 음식물쓰레기통,
펀딩으로 구입한 휴대용 미니믹서, 빈플러스 핸드드립세트..
(어째 모두 제주에 와서 구입한 물건들이다 ㅋㅋㅋ)
돈쓰는 일에 마음이 불편하고 심란할 때 가만히 우선순위를 따져본다. 무엇이 가장 중요하고, 무엇이 그 다음인지 하나씩 써본다.
우선순위의 가장 맨위엔 언제나 내가 있다. 무엇도 내 위에 있지 않다. 누가 뭐래도 그건 지킨다..
내 몸뚱이와 내 멘탈의 쾌적함이 가장 중요하다. 그걸 지키기 위해 난 싸울 준비가 되어 있다.
나를 세심하게 관찰하고 관심갖고 싶다.
나에게 필요한 것을 기가 막히게 찾아내 계속 정주행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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