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서문을 이렇게 여러 번 코끝 찡~하게
읽게 되는 책이 얼마나 될까.
'얼굴이 화끈거려 지우고 싶은 문장들, 거친 생각과 서툰 감정들에 한없이 난감해졌지만 그대로 두었다.'는 말이 이해가 안될 정도로 문장문장이 좋아서 읽다 멈추고 읽다 멈추고를 무한 반복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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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간이 되서 은유 작가님의 첫 산문을 소장하고 읽을 수 있어 감사한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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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나에게 올드걸의 정의를 묻는다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돈이나 권력, 자식의 삶의 주된 동기로 삼지 않고 본래적 자아를 동력으로 살아가는 존재, 늘 느끼고 회의하고 배우는 '감수성 주체'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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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으면서 나는 나를 연민하고 생을 회의했다. 생이 가하는 폭력과 혼란에 질서를 부여하는 시. 고통스러운 감정은 정확하게 묘사하는 순간 멈춘다고 했던가. 마치 혈관주사처럼 피로 직진하는 시 덕분에 기력을 챙겼다. 꿈 같은 피안으로의 도피가 아니라 남루한 현실을 직시하는 것만으로도 이상하게 힘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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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일이 힘에 부치고 싱숭생숭이 극에 달하는 날이면 시를 읽고 글을 썼다. 글을 쓰고 싶을 때마다 시를 핑계 삼았다. 한 해 두 해 시간이 흐르고, 회한이 쌓이고, 시집이 늘었고, 눈물이 마르고, 아이들이 커 가고, 《올드걸의 시집》이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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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구상하는 좋은 세상은 고통이 없는 세상이 아니라 고통이 고통을 알아보는 세상이다. 이는 아주 일상적으로는 끼니마다 밥 차리는 엄마의 고단함을 남편과 아들이 알아보는 것이고, 음식점이나 편의점이나 경비실에서 일하는 사람과 눈을 마주치는 것이다. 시를 읽는 것은 타자의 언어를 이해하고, 나를 허물어뜨린 자리에 남을 들여놓는 행위다. 고통이 고통을 알아보고 존재가 존재를 닦달하지 않는 세상. 그것을 '시'와 '시에 곁들여진 수다' 가 조금이라도 도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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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명사로 고정하는 게 아니라 동사로 구성하는 지난한 과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생을 오해받을지라도 순간의 진실을 추구하고, 주어진 과업을 수행하며 살아갈 때만 아주 미미하게 조금씩, 삶은 변하는 거 같다.
🔖원래부터 진짜와 가짜는 없다. 플라톤의 이데아로너럼 절대적 진리는 저 세계에만 존재하고 현실세계는 가짜라는 식의 이분법적 세계관은 발 디딘 현실을 부정하게 한다. 휠체어와 인공관절도 신체 기능을 도우면 그게 진짜 다리이고 뼈가 아니겠는가. 대립구도로 세상을 감각하면 절반은 놓치는 것 같다. 향수에게 배웠다. 행기도 말을 걸어 존재의 변화를 일으키면 그것이 그 순간 진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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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 구석에 어질러진 머리카락을 쓸어 담으며 헝클어진 번뇌를 같이 모아 버린다. 떨어진 단추를 달고 터진 솔기를 꿰매면서 벌어진 마음의 틈을 메운다. 해 드는 오후 마루에 앉아 빨래를 반에서 반으로 접으며 미련의 회환을 접는다. 날 괴롭히는 것이 날 철들게 한다더니 살림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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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은
은유작가님을 직접 만날 수 있어 벌써 두근두근 💕
우리동네 만춘서점 @manchun.b.s 에서
온라인북토크 <눈물이 글이될 때-올드걸의 시집> 북토크(12일 저녁7시)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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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라방도 할 예정이니 은유작가님 글을 좋아하는 많은 분들이 함께하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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