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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읽고잘쓰고잘말하기

비스따리 비스따리_9인9색 네팔이야기

'비스따리, 비스따리!'
'천천히, 천천히' 라는 뜻의 네팔 말이다.


치트레, 포카라, 간드룩, 마나카마나, 치트완, 신두발촉, 박카푸르, 카트만두 
9인 9색의 네팔일기가 마음에 온기를 채운다.

네팔의 마을풍경과 네팔인들의 함박미소 사진을 보며
욕심과 불안함을 잠시 내려놓는 시간.

 

🍀사진을 찍는 것은 순간을 저금하는 일이다. 수많은 시간 중에 마음에 드는 한 조각을 '찰칵' 소리와 함께 카메라에 담는다. 차곡차곡 저금해  둔 시간를 꺼내 보는 날은 외롭거나 사는 일이 힘겹게 느껴질 때다. 어느 날 세상에게 졌다는 생각이 들 때, 재충전이 필요한 그 순간에 나는  통장을 꺼내 놓고 지나간 시간들과 만난다.

 

🍀높고 웅장한 히말라야의 침묵을 보며 살아온 네팔 사람들, 그 웅장함 앞에서 인간의 삶이 개미처럼 작고 하잘것없다는 걸 깨달았을까?
자연의 속도로 순응하며 살아가는 것, 그러니 바동거리지 말고 비스따리, 비스따리!

네팔에서 지내는 동안 나는 시계를 보지 않았다. 아침에 떠오르는 태양이 시계고, 태양이 비추는 설산의 빛이 시계고, 어둑어둑 찾아오는 어둠이 시계고 별과 달이 시계였다. 그들을 보며 일어나고, 밥 먹고, 일하고, 집으로 돌아가고. 그 수많은 자연의 시계들이 내 앞에 걸려 있는데굳이 인간이 만들어 낸 시계를 들여다볼 일이 있을까.

 

🍀이 책은 게스트하우스, 우리가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쓴 거잖아요. 더 자주 오고 싶고 더 오래 머물고 싶은 욕심도 있지만 치트레에 대한 애정에서 시작된 거나 마찬가지인데, 일반 여행서라기보다 네팔과 그곳 사람들과 나눈 교감의 이야기라 할 수 있겠죠.

 

🍀네팔에 가면 온전히 나 자신이 돼요. 네팔의 사람들과 함께 간 여러분이 그렇게 만들어주는 거겠죠. 네팔이 주는 선물이란 생각이 들어요. 

 

이 책을 읽으면서 4개월 간의 제주생활을 돌아보고 내 속마음도 들쳐보게 되었다.

내가 제주에 온 이유는 너무 빠른 삶의 속도를 멈추고 내 속도에 맞는 삶을 살아보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책임회피, 현실도피인지도 모르겠다.

제주에 와서 우선 마음이 편안해졌고, 24시간을 내 주도적으로 내가 스스로 계획해서 살 수 있다는 

자유에 행복한 에너지로 채워졌다. 물론 그건 여전히 그렇다. (푸르나봉사단 분들에게 네팔이 이런 곳이겠지..)

 

그러나 제주도 똑같이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이다. 일상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이들의 학교스케줄과 리듬에 맞춰 등하교, 준비물과 과제 체크, 식사와 간식 챙기기, 집안살림 돌봄.

참 바쁘고 정신없이 지내게 된다.

자칫하면 한없이 귀찮아지고 미루게 되는 것이 집안일이라 양이 많아지기 전에 최대한 빨리 해야한다.

예를 들면 씽크대 청소, 렌지 닦기, 세면대 정리 등의 일이다. 

미니멀라이프, 제로웨이스트를 지향하게 되면서 소창행주를 삶고 소프넛을 끓이고 설거지 비누를 교체하는 소소한 일들도 추가되었다.

혼자 대부분의 집안일을 해야 되는 생활 속에서 

책읽기와 강의듣기, 글쓰기 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자기전에 물건을 제자리로 돌려놓고(아이들도 함께)

바닥청소를 대충이라도 마무리한다.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제주살이, 그것도 일년씩이나? 심지어 일도 안하다니..

다른 사람들의 반응과 평가들이 나도 모르게 '그래 이 시간을 보란 듯이 아주 잘 보내야해.', '시간이 금인데 가만히 앉아서 멍때릴 순 없지.'

'아이들도 전보다 자유롭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을거야.'  그래 제주인데..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음을 느낀다.

 

지금은 카페를 학교처럼 드나들며 책을 읽고 강의를 들으며 새로운 것을 알게 되는 일, 

내 생각을 정리하고 누군가와 공유하며 피드백을 주고받는 일이 즐겁고 만족하고 있지만

혹시라도 이것이 나의 성장을 위한 것보다 보여지기 위한 마음이 더 크다면 멈춤! 깃발을 들 준비를 할 것이다.

 

루틴을 위한 루틴이 되어 '더 많은 책을 읽어야 돼, 오늘은 글을 쓰지 못했어, 나를 위한 시간을 갖지 못했어'

이런 생각을 가져오거나 나를 위한 시간이 오히려 강박이 되어 나를 몰아부치는 일이 되지 않도록 예의주시할 것이다. 

 

느긋하게 그리고 심플하게, 나의 속도와 방향으로..👣

 

 

 

금요일에 이 책을 선택한 것은 참 잘한 일이라 생각이 들었다 😊
모든 분들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다.
비스따리, 비스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