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면
왜 이상하리만큼 손에 안잡히던 시집을 읽어볼 마음이 생기는걸까요?
낙엽이 알록달록 색색으로 물들고 따뜻한 차나 음료가 생각나는 계절
너무 잘 어울리는 나태주님의 '마음이 살짝 기운다' 를 펼칩니다.
2019년 북드라마 책이기도 해서 김미경 학장님의 리뷰 영상을 봅니다.
(유투브의 큰 매력은 시간이 지난 영상들도 다시 볼 수 있다는 거죠. ^^)
영상초반 학장님도 시집을 진짜~ 오랜만에 읽어본다는 말에 웃음이 나왔습니다.
다른 시점의 영상인데 어째 나랑 똑같지? 하면서,,
재미있게 봤던 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에서 나와서 읽어봐야지 마음만 먹은게
벌써 1년이 훨씬 지나버렸다는 게 그 때 아니면 하지 못하는 일들이 많다는 걸 새삼 느껴요
이 시집의 가장 좋은 점은 쉽게 읽힌다는 점이예요. 시집을 많이 읽어보지 않은 저는 문자 그대로 해석이 안되고 너무 난해하고 함축적이라고 느껴지면 책장을 덮게 되던데 오랜만에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 수 있었어요.
또 한가지는 시를 읽는 재미와 함께 너무 예쁜 꽃과 나무 자연이 그려진 삽화들을 보는 재미가 컸어요. 시의 의미들이 따뜻하게 다가오는 것 같고 마음이 살짝 기운다 이 느낌이었답니다.
사랑아, 너 그냥 그 자리에 있거라. 가까이 오려고 애쓰지 말아라. 웃고만 있거라. 강건하여라.
울지 말아라. 지치지 말아라.
너무 진솔해서 웃음이 나오는 시도 있었고
<실수>
때때로 나는
아내가 어머니라고
생각할 때가 있다
실수다
때때로 나는
아내가 누이라고
생각할 때도 있다
더욱 실수다
시인으로서 후배들을 생각하거나 많은 사람들에게 시가 좋은 영향을 주길 바라는 마음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나의 시에게>
한때 나를 살렸던
누군가의 시들처럼
나의 시여, 지금
다른 사람에게로 가서
그 사람도
살려주기를 바란다.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소소한 감정들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써내려 간 글들이 공감이 되었고
시를 읽으면서 오랜만에 잊고 있던 주변 사람들을 한사람 한사람 떠올리며 추억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중에서 손글씨로 적어본 시 몇편을 소개해요.
여행자에게는 나에게, 그리고 함께 인생의 여행길을 걷고 있는 남편을 생각나게 했어요. 여행하는 사람의 마음처럼
따로 또 같이 각자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오래 여행길을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사랑은 아이들을 생각하며 적어보았어요. 아이들이 한살 한살 먹어갈 수록 예쁘다는 말을 해주는 횟수가 줄어들고
OO해라 OO하지 말아라 그 아이들이 해야 할 과업만 이야기하게 되더라구요.
존재 자체만으로 예쁘고 웃는 모습만으로도 세상이 아름다워보이던 때가 있었는데 말이죠.
코로나 19를 겪으면서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 좋은 세상이 되지 못할 거 같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어요. 이 시의 제목처럼 사랑한다면! 아이들의 웃는 모습을 지켜줄 수 있도록 어른들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함께 들었습니다.
이 시는 엄마를 생각하며 적었어요. 제주살이 하면서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다 보니 엄마가 나에게 어떤 존재인지 더 생각하게 되었어요. 내가 어떤 모습이든 항상 지지해주고 격려해주는 엄마.
가끔 만날 때마다 내가 나이를 먹는 만큼 엄마도 나이를 드시는 구나 느껴져서 속상할 때가 있습니다. 늘 거기 없을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들 때면 그 시간을 어떻게 받아들이지 벌써부터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그 때까지 엄마에게 나도 맑은 웃음 머금은 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어요.
갑자기 가족들이 보고 싶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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