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둘레에서 소리 없이 일어나는 계절의 변화, 내 창이 허락해주는 한 조각의 하늘, 한 폭의 저녁놀, 먼 산빛, 이런 것들을 순수한 기쁨으로 바라보며 영혼 깊숙이 새겨두고 싶다.
그녀가 떠난지 10년이 되었지만 그녀의 글은 세상에 남아 오늘을 살아가는 내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읽는 즐거움,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선물해주었다. 사소한 일상에서도 새로운 것을 보고 듣고 느끼는 기민함이 좋다. 작가로서의 감성을 배우고 싶었다.
자랑할 거라곤 지금도 습작기처럼 열심히라는 것밖에 없다. 잡문 하나를 쓰더라도, 허튼소리 안 하길, 정직하길, 조그만 진실이라도,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진실을 말하길, 매질하듯 다짐하며 쓰고 있지만, 열심히하는 것만으로 재능 부족을 은폐하지는 못할 것 같다.
뛰어난 이야기 꾼이고 싶다. 남이야 소설에도 효능이 있다는 걸 의심하건 비웃건 나는 나의 이야기에 옛날 우리 어머니가 당신의 이야기에 거셨던 것 같은 효능의 꿈을 꾸겠다.
나도 삶을 통해 흘러나오는 이런 소박하고, 진실하고, 진솔한 글을 쓰고 싶다.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를 읽고 자신의 경험과 일치하는 에세이가 있다면 그때 어떤 생각을 했는지,
어떤 깨달음을 얻었는지 글로 적어보세요.
공감가는 에세이, 마음을 울리는 에세이, 어릴 적 나와 가족을 떠올리게 하는 에세이, 작가님만의 유머에 읽는내내 웃음이 났던 에세이 등 여러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선물집이었다.
그중에서도 최근 나의 경험을 생각나게 하는 작품은 <이멜다의 구두>이다. 신발장을 열어보니 마땅한 구두가 없어 신발장의 구두를 다 꺼낸 이야기. 신을 만한 게 단 한 켤레도 없는 30켤레의 구두 앞에서 이멜다의 3,000켤레의 구두를 연상한 장면이 재미있다.
작년 제주살이를 시작하기 전 신발장에 있던 신발을 다 꺼내 정리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아까워서, 엄마가 신으라고 줘서, 중고로 사서 몇년 간 버리지않고 쟁여둔 신발들이 신발장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다 가져갈 수도 없고 가져가기도 싫으니 정리해야만 했다. 진짜 지금 신을 수 있는 신발만 골라내고 과감하게 버렸다. 그중에 아까워서 남겨놓은 샌들 한개가 있었다. 1년 반동안 운동화만 신고 지내다가 날씨가 더워지면서 오랜만에 꺼내신고 집을 나섰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버스정류장에 다다를 무렵 신발을 붙잡고 있던 한쪽 샌들이 헐렁한 느낌이 들었다. 접착제가 오래되어 제기능을 못하면서 여러끈 중 하나가 떨어져버린 것이다. 이미 집에서 나온터라 그냥 가자 하고 걷는데 영 신경이 쓰이고 불편하고 그냥 집으로 갈까, 근처에 신발가게가 없나, 왜하필 이걸 신고 왔나 여러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오갔다. 수명이 다한 신발을 붙잡고 있던 나를 탓할 수 밖에..
지나치면 만고의 미덕이라는 절약도 아름답지가 않고, 누구나 누리고 싶어하는 부도 혐오스럽게 된다. 반평도 안되는 현관에 수북이 산처럼 쌓인 헌 구두를 망연히 바라보면서 뭐든지 덮어놓고 아까워서 껴두는 걸로 자신을 가장 분수를 지키며 검약하게 사는 걸로 착각해 온 나는 제정신인지 생각한다. 3000켤레 이멜다의 새구두와 자신의 헌 구두는 서로 상반된 것 같으면서도 집착과 자기도취라는 공통점이 있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헌 구두를 미련없이 버릴 수 있었다.
'마땅하여 지나치거나 모자람이 없으며 또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떳떳하여 알맞은 상태나 그 정도'를 뜻한다는 중용.
절약하는건 좋으나 구질구질하지 않게, 취향을 갖는 건 좋으나 집착이 되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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